초등학교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우우우웅… 우우우웅…’
오늘도 자동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에 잠을 깼다.
환청이었다.
딸이 누워 있던 중환자실 자동문 소리.
10개월이 지났지만, 이남훈 씨(54)는 여전히 그 소리를 선명하게 듣곤 한다.
“이유빈 님, 보호자분”
자동문이 열리고 당직 간호사가 머리를
내밀 때마다 자신이 불리지 않기를 기도했다.
부름 뒤엔,
매번 더 나쁜 소식이 따라왔다.
지난해 7월 30일 오후 10시 40분.
딸은 집 앞 화단에서 쓰러졌다.
제주교대 4학년이던 딸은
3달 앞으로 다가온 임용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밤늦은 시간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딸을 차에 태워
집에 돌아왔다.
이남훈 씨는 차에서 내려 뒤따라오던 딸의 걸음이
느려지는 걸 느꼈다.
“아빠, 어지러워”
딸은 시멘트 바닥에 얼굴부터 쓰러졌다.
급히 차에 태워 도착한 병원 응급실.
의사가 이남훈 씨를 가리키며 누구냐고 묻자
딸은 작은 목소리로 “아빠”라고 답했다.
마지막 목소리였다.
11일 15시간 13분.
딸 이유빈 씨가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사망하기까지 걸린 시간.
모더나 백신을 맞고 4일 만에 쓰러진 딸은 전신에 혈전이 생겼다. 혈전이 뇌와 폐로 연결되는 중요한 혈관을 막았다.
백신으로 인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의심됐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검사는 질병청을 통해서만 할 수 있었다.
검사를 해달라고 딸의 혈액을 3차례 보냈으나 질병청은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단 이유였다.
WHO는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에 대해서만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을 부작용으로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