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 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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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을 운영하던 집안의 가장 / 57세,

김성원 님 이야기

‘시장 다녀온다더니
올 때가 됐는데 왜 이렇게 안 오지...’

이상한 기분이 든 여필자 씨(53)가 남편에게 연락을 
하려던 그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엄마, 아빠가 교통사고가 났대...!”
“뭐? 아빠 어디 다쳤대?”
“모르겠어. 팔에 힘이 없어서 전화를 못 한대.”
“상대 차주 분이 전화주셨어. 어떡해?”
“알겠어, 울지 말고 있어. 엄마가 연락해볼게!”

필자 씨는 허겁지겁 전화기를 두드렸다.
통화 대기음이 울렸고, 이내 들려온 것은
기다린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였다.

“사고 현장에 있는 사람인데요.
119에 신고는 했는데...

얼른 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사고 현장은 집에서 차로 겨우 2분 거리.
아직 떠나지 않은 구급차가 눈에 들어왔다.

“제가 보호자에요! 저 좀 타게 해주세요!”

구급차 안에서 마주하게 된 남편의 모습.
남편은 ‘졸리다’는 한마디를 남긴 채
자꾸 눈을 감으려고 했다.

12월 18일.
사고가 난 그날은 
남편과의 30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도착한 병원에서 남편의 상태를 본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했다.

살아만 있게 해달라며 의사를 붙잡고 애원했지만,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가망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남편을 진단한 의사는 
‘뇌출혈’을 사인으로 진단했다.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뇌출혈이 먼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블랙박스를 분석한 경찰 역시, 사고가 일어나기 전
뇌출혈로 인해 남편이 이미 의식을 잃은 것
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편에게 뇌출혈이 온 그날은
“자영업자인 우리부터 정부의 정책을 잘 따라야 한다”며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지 나흘째 되던 날이었다.

백신 이상반응 신고를 한 후, 49재를 위해 지방에
내려가려던 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엄마, 보건소에서 아빠 부검했냐고 묻는데?”
“부검? 화장까지 다 한 마당에,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리야?”

당황스러운 마음에 다시 연락한 보건소.
담당 공무원은 “부검이 백신 인과관계 평가의 중요
절차다”
라는 사실조차 뒤늦게 알려왔다.

“도대체 그걸 왜
이제서야 알려주시는 거예요?”

“(돌아가셨을) 당시에는
경황이 없으셨을 것 같아서...”

부검이 필요하단 사실을 
알리지 않은 보건소의 대처는

이상반응 조사 매뉴얼을 벗어난 조치였다.

보건소에
‘왜 부검 안내를 해주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가웠다.

결국 여필자 씨는 부검을 통해
남편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지도 못한 채

질병청으로부터
4-2, ‘백신과의 인과성 없음’ 판정을 받았다.

남편을 떠나보낸 지 3개월 후 다시 문을 연 가게.

“요새 사장님이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잘 계시냐”며
매일 같이 남편의 안부를 묻는 손님들의 말에
필자 씨의 마음도 같이 무너져 내린다.

함께 치킨집을 운영하면서도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든든한 남편.

남편의 죽음과 함께,
필자 씨에게 결혼기념일은 잊지 못할
악몽으로 남았다.